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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온 눈이 한 100년만의 폭설이라나. 아마 10년 전인가 그 해 겨울에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참 눈이 많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당시 만났던 한살 어린 여자친구는 처음 남친이랑 보내는 크리스마스라고 명동에 가서 맘껏 성탄 분위기를 내고 싶어했고, 추운데 그것도 사람 많은 곳에서 돌아다니길 싫어했던 난 그냥 가까운 동네에서 보내자고 해서 약간의 신경전(?)을 벌였었다.

결국 그 놈의 고집에 꺾여서 명동에 갔다 왔지만 사람에 치이고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비싼 물가에 휘둘리다가 늦은 시각 동네로 돌아왔다. '그거 봐. 진짜 별거 없다니까' 이렇게 그 친구에게 면박을 주고 카페에 앉아 몸을 녹이며 창밖을 보고 있으니 눈이 꽤 내리기 시작했다. 이따만한 함박눈이 펑펑. 말로만 듣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동네 카페 치고는 좀 센스 있는 곳이었나보다. 배경음악으로 처음 들어보는 재즈 음악이 나오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은거다. 그래서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난 거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한테 곡명을 물어봤다. 그때 "듀크 조던의 음악이에요" 라고 대답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돌아온 대답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뭐 아무래도 좋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 앞에는 예쁜 여자친구가. 손에는 따뜻한 핫초코가 있고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으니까.

몇 년이 지나고 아마 기억하기론 지금같은 연초였던거 같다. 그 날도 참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늦은 시각 라디오 듣는걸 좋아했기에 평소에 듣던 재즈 음악을 틀어주는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DJ가 눈 오는날 듣기 좋은 음악을 선곡했다며 음악 몇 곡을 틀어줬다. 근데 그중에 하나는 그때 크리스마스에 들었던 그 음악. 바로 듀크 조던의 'No Problem'이었다. 몇년동안 제목도 모른채 궁금해 했던 노래 제목을 알았을 때의 희열(매의 눈을 가진 그분 아님)이란. 어떤 기쁨에도 비교할 것이 못됐다.

특별한 날 들은 음악이라서, 또 누구의 음악인지도 오랫동안 몰랐다가 알게되서 그런지 몰라도 'No Problem'이 수록된 [Flight to Denmark]는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꺼내 듣게 된다. 10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음악을 듣던 여자친구는 곁에 없고 당시 어렸던 나는 이제 앨범 커버에 있는 아저씨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창밖에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있다면 변함없이 찾아 듣는 음악은 여전히 같다.

산뜻하지만 꽤나 뒷맛은 담백한, [Flight to Denmark]는 훈훈한 핫초코와 깔끔한 아이리쉬 커피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듯하다. 듀크 조던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이후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변했는데 그 중에서도 덴마크에서 트리오 멤버들과 완성한 이 음반은 북유럽 특유의 통통튀는 느낌이 잘 살아있는 대표작이다. 'No Problem'이나 'Jordu' 같은 노래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되어 눈으로 가득찬 곳에 잠시 뚝 떨어진거 같다. [Flight to Denmark]는 다른 계절 보다도 특히 겨울에만 잘 어울릴거 같은 몇 안되는 음반이다.



       
                                                 Duke Jordan /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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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의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때 그 여자친구분은?

    2010/01/05 09:09
  2. BlogIcon april  수정/삭제  댓글쓰기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듀크 조단, 저는 이 앨범 중에서 How Deep is the Ocean이 제일 좋더라구요^^

    2010/01/05 12:43
  3. BlogIcon 하늘다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 음악 좋네요. ^^
    처음 들어봤다능;;;
    날씨에 딱 맞습니다 ㅋㄷ

    2010/01/05 14:23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하늘다래님 재즈 음악 좀 좋아하시는거 같던데..
      아 가요 였던 가요? (이거 사실 개그임) ㅋㅋㅋ

      2010/01/16 12:08
  4. BlogIcon xarm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앨범, 저도 좋아해요~ㅋㅋ
    이름에도 덴마크 들어가고, 음반 표지도 겨울 배경인게.. 진짜 겨울 음반같네요.
    요거보다 먼저 나온,<Flight To Jordan>라는 음반도 괜찮더라구요.
    연작인건지, 이름 우려먹기(?!)인건진 잘 모르겠지만요.^^;

    2010/01/05 22:08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기억하기론 이 앨범이 듀크조던 최고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 연작에 가깝겠죠 ㅎㅎㅎ

      2010/01/16 12:13
  5. BlogIcon 폭풍빛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음악 정말 좋네요.
    이런 음악은 창 밖의 겨울을 팍팍 느끼면서 들어야 하는데
    창문 없는 연구실에서 시려운 발을 담요로 칭칭 감싸면서 들으니 이거 원 ㅠㅠ

    2010/01/06 11:36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요즘도 연구실 계시나 보군요
      창문도 없는데 발도 시려운 열악한 환경이라니..;;

      2010/01/16 12:13
    • BlogIcon 폭풍빛  수정/삭제

      하하...
      공대 대학원생이다보니 연구실 죽돌이 생활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졸업하려면 음... 빨라야 4년?? ㅠ
      그래도 지금 있는 공간에서는 올해만 지나면 벗어날 수 있을테니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ㅎ

      2010/01/18 15:24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4년이라.. 짧지 않은 시간이네요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이니 남은 1년동안 몸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

      2010/01/27 00:04
  6. BlogIcon nemo.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안한게 좋은데요. 울 아이들이 이런곡도 좀 치면 좋을텐데.. 아직 어려서 실력과 감성적 부분이 좀 부족해서.. ^^
    추운데 몸 건강히 잘 유지하세요 ~

    2010/01/06 22:52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요즘은 아이들 사진은 잘 안올리시던데 ㅎㅎ
      피아노 좋지요~ 음감도 빨리 익히고 ^^

      2010/01/16 12:14
  7. BlogIcon Tired Soul  수정/삭제  댓글쓰기

    꺅 >_<
    되게 좋아해요.
    요새 듣고 있는데 이 포스팅 보니까 굉장히 반갑네요.

    2010/01/06 23:12
  8. BlogIcon 모모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잘 모르겠어요.. ㄷㄷㄷ

    괜히 저까지 "대답해줬으면 더 좋았을껄~"하고 생각하다 갑니다. ^^

    재즈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음악 감상 잘 했습니다.

    2010/01/07 17:24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예전에 한번 롤링 스톤즈의 페인트 잇 블랙 이란 곡도 몇년이 지나서야 제목을 알게 된 경운데
      참 궁금했던 곡의 제목을 알았을때의 기분이란 말로 설명 못할거 같네요..

      저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차분한게 좋네요 ^^

      2010/01/16 12:16
  9. 붉은무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곡 뿐만아니라 곡에 대한 표현도 대단하시네요. ^^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되어 눈으로 가득찬 곳에 잠시 뚝 떨어진거 같은느낌"

    2010/01/15 11:02
  10. 루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 곡에 대한 냉철한 해석보다는 그냥 느낀 점을 써놓은 일기장 같군요. 곡에 대한 감정 나열도 물론 글에서 중요하지만 곡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 없다면 어찌 리뷰라 할 수 있겠습니까. 듀크 조던이 아니라 국내 신보라면 홍보 글이라는 소리도 들을 정도로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보니까 파워블로그도 해보신 것 같고 테터&미디어 파트너쉽도 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둘 다 권위는 바닥이 떨어진지 오래지만) 그런 감투에 취해있지 마시고 본인 글 좀 돌아보셨으면. 솔직히 파워블로그 글이라고 보기엔 좀 민망합니다.

    2010/01/16 09:13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뭐 재작년 가을부턴가 글쓰는데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있는것도 사실이고 님의 충고를 가장한 비아냥도 이해가 갑니만.. 이것도 예의를 갖출때 얘기고 보아하니 검색으로 여기 떨어진 사람 같진 않고 종종 들르는 사람 같은데 그렇게 시간이 남아 돕니까?

      공적인 커뮤니티나 송고한 글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여긴 말 그대로 개인 블로그 입니다. 여기서 제가 일기를 쓰건 음반 소개를 하건 무슨 상관~ 그렇게 맘에 안들면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시던가.. 뭐가 그렇게 불만입니까 ㅎㅎ

      2010/01/16 12:25
    • BlogIcon John Lee  수정/삭제

      낭만에 젖어있던 상태로
      "피구님 그당시 그 여자친구는 어디서 뭘하고있소"
      물어보려했는데 눈쌀찌푸려지는 댓글이 이런곳에 있네요
      피구님, 이런거는 그냥 쌩까는거;;

      2010/01/17 23:17
    • BlogIcon 루이스피구  수정/삭제

      원래 자기 할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남 비판은 참 잘하죠.. 뭐 저분이 멋대로 넘겨 짚고 평가하셨으니 저도 그런식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시간은 많고 할일은 없는데 오지랖은 무지하게 넓은 사람' 인거 같네요

      뭐 저는 신경 안쓰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이상하게 한번도 마주칠 일이 없었네요 ㅎㅎㅎ

      2010/01/27 00:08
  11. BlogIcon 웬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 겨울 쯤인가 저도 포슷힝 했던거 같은데요. 역시 추운 겨울 특히나 눈내리는 밤에...따끈한 방구석에서 커피 호호 불어가며, 듀크 조던 앨범 듣는 맛이 쵝오! ㅋㅋ

    2010/01/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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