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빗방울에 젖어 축 처진 옷처럼 몸도 마음도 착 가라앉게 됩니다.
여러가지 추억도 떠오르고 좋아하는 사람도 생각나구요.
비가 내리면 전 초등학교때 생각이 납니다. 전 어릴 때 비 맞는걸 무지하게 좋아했었는데 툭하면 비 맞으면서 축구하는게 보통이었으니까요. 토요일에 비가오면 학교 마치고 다른 반 친구들이랑 수중전 뛰고 꼭 사우나를 갔었는데 나와서 육개장 사발면을 같이 먹었었거든요. 그게 왜그리 맛있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라면이 육개장 사발면이라죠. 근데 지금 보니 무슨 조기축구회 다니는 아저씨 같았네요. ㅎㅎ
하지만 성격의 변화인지 이젠 비오는 날 밖에 나가는걸 너무나 싫어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잘 차려입어도 바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또 우산을 챙기는 행위 자체가 귀찮은 건지 아님 머리 셋팅 한게 망가져서 그런건지도 모르죠. 이게 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과 우산 같이 쓰는건 아직 좋아하는걸 보니 완전 아저씨가 된건 아니네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무튼 날씨도 그렇고 빗소리 들으며 음악 듣는 재미를 무시할 수 없기 떔에 생각난김에 듣기 좋은 곡들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문득 찾아온 생각이 보통 비오는날 듣기 좋은 노래들은 비(월드스타 아님)와 상관이 없는 그냥 차분한 노래가 대부분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좀 다른 스타일로 선곡을 해봤죠. 아는 노래중에서도 '비'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제목이나 가사 모두 Rain이 들어간 노래들을 골라보자. 하니까. 괜찮은 곡들이 꽤 많았습니다. B.J Thomas나 Ryuichi Sakamoto의 곡은 너무 유명해서 뺄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곡이라 알아서 글에 들어가 있더군요.
여기 소개된 곡들은 거의 대부분이 팝송인데 그 외 가요중에도 좋은 곡이 많지요. 브라운 아이즈의 '비오는 압구정'이나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박중훈이 부른 '비와 당신'. 그리고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도 명곡이고. 참 카펜터즈의 노래는 좋아하지만 한번 소개했어서 일부러 안 넣었는데 트랙백으로 대체하니 좀 더 모양이 좋네요. ㅎㅎ
다들 하나씩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명곡들이 있을 거 같은데 아무쪼록 비 피해 없길 바라고 음악과 함께 빗소리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살기 팍팍해도 그 정도 여유는 있어야죠 ^^
B.J Thomas /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비'하면 가장 먼저 이 노랠 떠올릴 정도로 정말 유명한 B.J Thomas의 곡이다. 이 노랜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주제곡으로 사용되어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발랄한 가사와 멜로디 덕분에 지금도 많은 CF와 영화 삽입곡으로 사용되고 있다.
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트래비스가 어느 무대에 서건 항상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 아무래도 영국에선 날씨가 흐린날이 많고 비가 많이와서 인기가 많았겠지만 멜로디도 좋고 분위기가 경쾌해서인지 영국외에 다른나라들 특히 국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트래비스 공연에 간다면 이 노래만큼은 가사를 외워 가는게 좋다. 모르면 소외감 느끼기 딱 좋으니까.
Ryuichi Sakamoto / Rain
사카모토의 Rain은 마지막 황제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명곡으로 역시나 너무 유명한 노래라 소개할 필요조차도 없어 보인다. 사카모토 특유의 논 레가토(non legato) 주법이 극대화 된 그의 대표작. 특히 쟈키스 모렐렌바움과 함께 한 라이브는 정말이지 소름이 돋는다. 듣고 있으면 영화의 장면 보다도 비가 많이 오는날 사고를 당한 누군가를 만나러 당사자가 다급하게 달려가는 느낌이 든다.
R.E.M. / I'll take the Rain
알이엠 노래들은 보통 리듬감 있는 곡들을 좋아했었고, 또 그런 노래들을 잘 만든다고 생각했었는데 I'll take the Rain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던 적이 있다. 물론 알이엠이 뮤비를 참 잘 찍는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만. 멋진 가사 역시 마찬가지. 추억과 약속, 고통 그리고 사랑 이런 것들이 온통 뒤섞여 있는 곡이지만 그 출발점은 바로 '비'다.
Led Zeppelin / The Rain Song
레드 제플린의 5집 <Houses of the holy>에 수록된 숨겨진 명곡. 히트곡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무척이나 신비롭고 멜로디가 멋지기 때문에 레드제플린의 팬들은 물론 잔잔한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지지를 얻고 있다. 예전에 한번 소개했기 때문에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Vinylicious / When The Rain Begins To Fall
원곡은 마이클 잭슨의 형 Jermaine Jackson과 Pia Zadora이 함께 불렀는데, 원래 버전은 왠지 에어로빅(?)을 해야할꺼 같은 댄스곡이라 비오는날 듣기 좋은 Vinylicious의 버전을 골랐다. 이 노랜 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원곡이 너무 유명한 나머지 리믹스는 많지만 생각보다 리메이크가 적은편이다. 난 이 버전 말고 Heavenly의 헤비메탈 버전을 좋아했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Maniac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 가장 많이 들었기 떄문에.
Lee Oscar / Before the Rain
역시 비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노래다. 리 오스카는 김현식의 한국사람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My Road는 들으면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해져서 오히려 많이 안 들었고 'Before the Rain'을 더 좋아했었다. 라디오 BGM으로 많이 사용되어 제목은 몰라도 멜로디는 상당히 익숙할 것이라 생각된다. 빗소리가 들어가 있어서 비 오는날 더 듣기 좋은 곡.
Stevie Wonder / Shelter In The Rain
스티비 원더는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정작 비와 관련된 노래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한 두곡 있긴 하지만 히트친 곡도 없고 들으면 '그런 노래가 있었나' 할 정도로 큰 반응이 없었던게 사실. 그도 이 사실을 인지 했는지 가장 최근 작인 <A Time To Love>에 'Shelter In The Rain'를 만들어 수록했다. 멋진 곡이지만 이 곡역시 별 반응이 없었던걸 보면 비틀즈나 마이클 잭슨도 그렇고 당대 최고의 스타 들은 '비'와는 크게 인연이 없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va Cassidy /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에바 캐시디의 팬이 아니면 잘 모를만 하지만 사실 이 글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원곡이나 샤니아 트웨인과 윌리 넬슨이 함께 부른 버전이 정말 유명하지만 애바 캐시디의 리메이크를 추천하는 이유는 그중에 그나마 컨츄리 느낌이 적게 나기 때문이다. 먼 훗날을 기약하며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가사가 일품이다.
이적 / Rain
저작권 강화로 가요는 소개를 안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 도저히 뺴놓을 수가 없어서 이 노랠 넣게 됐다. Rain이야말로 패닉의 '강'과 함께 이적이 만든 노래 중 최고가 아닐까. 원곡도 물론 좋고 다른 스타일로 재해석한 라이브도 훌륭하다. 오랜만에 비오는날 듣는데 너무 좋다.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 부탁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적 레인 좋아하는데.. 검색중에 들렀다 노래들 잘 듣고 갑니다
2009/08/11 21:24정말 오늘 같은날 잘 어울리는 글이네요
이거 쓰면서 Rain을 오랜만에 들었는데
2009/08/12 23:16저 버전은 처음 보는 거라 더 좋았습니다 ^^
어맛 ㅋㅋㅋ 피구님 글에서 추천 부탁 처음 본 것 같아요 ㅋㅋ
2009/08/11 21:29저도 비오는 날이면 그냥 무작정 오디오에 에바 케시디 넣고 돌리는 것 같아요
크..정말 비오는 날..특히 여름에! 좋은 음악 들으면 뽕 맞는 기분(?)이에요ㅋㅋ
그리고,저한테는 '인생의 밴드'가 Travis인데(광팬)
저 곡은 비를 직접 맞으면서 들어야 제맛이라는 ㅋㅋ
제가 좀 그런걸 안하는 편이긴 하죠? ㅎㅎ
2009/08/12 23:17비오는날 밤에 에바 캐시디 만한 음악이 없더라구요
정말 뭔가 붕 뜨는 느낌도 들고~
트래비스는 저번 공연 가셨는지 모르겠네요
분위기 좋았다고 하던데 ^^
와우 사카모토의 레인은 정말 비올때마다 듣는 곡인데 여기서 보다니!! 추천날리고 갑니다
2009/08/11 21:33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노래에요~
2009/08/12 23:17적군 레인 +_+
2009/08/11 23:04스티비 원더옹 저 곡 되게 좋아라 했는데 그러고 보니 반응은 없었네요.
트라비스는 장마철보단 스산한 늦가을초겨울 안개 속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랑 잘 어울리는 느낌이에요.
말랑말랑 달짝지근해도 그냥 이 사람들은 제게 그런 이미지가 박혔;;
비오는 거리 꺄오 진촤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뭘 들어야 하나 좀 헤맸거든요.
그러다 문득 피구님네 들렀는데 이렇게 적절한 포스팅이라니욧 +_+
그나저나 롯빠들은 이런 날 뤠이니즘과 잇츠레이닝을 땡겨야... (샹놈의 정지훈아-_-+)
스티비 원더 타임 투 러브는 소소한거 반 강렬한거 반이었는데
2009/08/12 23:19Shelter In The Rain은 좋다만 좀 묻힐만한 노랜거 같아요 ㅎㅎ
비오는거리야 제 올타임 명곡중 하나고~
트래비스에 대한 부분은 동감이에요 여름보단 좀 쌀쌀해질때 들어야 제맛.. ^^
그나저나 로떼 또 졌네요
이너마들은 칭찬을 하면 못한다능 ㅠㅜㅠ
비오는날 음악들으면 아주 좋죠.. 한잔 하면서.. ^^
2009/08/11 23:13가을에 비오는날 밤에 음악들으면 정말 최곤데..
2009/08/12 23:19여름밤엔 또 나름 잘어울리는 곡들이 있죠 ㅎㅎ
비밀댓글 입니다
2009/08/11 23:53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9/08/12 23:19멋지군요. 전 역시 국산이.. 이현우의 '비가와요'를 자주 들었답니다.
2009/08/12 00:19찬찬히 다 한번씩 들어봐야겠습니다.
의리님은 가요 좋아하시나 봅니다
2009/08/12 23:20이현우 비가와요는 예전에 좀 들었던 곡인데.. ㅎㅎ
저는 좀 뻔하지만, 비오는 날은 엑스제펜의 엔드리스 레인, 건즈 앤 로지즈의 노벰버 레인, 유라이어 힙의 레인을 꺼내 듣습니다. ^^
2009/08/12 00:41전 사실 비 하면 프린스의 퍼플레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2009/08/12 23:21나중에 따로 소개하고 싶어서 여기선 뺐어요 ㅎㅎ
물론 건즈 노래도 딱 떠오를만한 노랜데 11월이 제격이라.. ^^
저는 오메가의 실버레인을 좋아하는데, 여긴 빠졌군요!
2009/08/12 01:11아~싸 서울패밀리 이제는..ㅋㅋㅋ
근데, 비도오고 마눌은 칭구들하고 이차 노래방갔다 온다고 하고, 난 냥 집에서 웹써하면서 맥주나 때리고, 비는 줄줄오고 이런 제길...
오~ 제가 잘 모르는 곡입니다
2009/08/12 23:22추천 감사드려요
그나저나 비가 그치니 또 슬슬 더워지네요 불쾌지수가 상승중.. ㅎㅎ
아 정말좋네요. 빗소리가 이뻐졌어요.
2009/08/12 02:14어제 밤에 비 많이 오더군요
2009/08/12 23:23스탠드 살짝 켜놓고 Led Zeppelin의 The Rain Song듣는데 분위기 참 좋았습니다
헐.. B.J Thomas가 저렇게 생겼군요..
2009/08/12 08:53노래와 매칭이 안 되는거 같은데.. 계속 보니 은근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ㅎㅎㅎ;
목소리 딱 들으면 재즈하는 백인싱어 같이 생겼을거 같은데
2009/08/12 23:23실제로 보면 그냥 마초.. ㅎㅎㅎ
중고등학교때의 영향인지 비 하면 엑스의 엔드리스 레인이 생각나네요 : ) (뻐, 뻔하다..-_-)
2009/08/12 14:09그거랑.. 마룬오의 "She Will Be Loved"는 가사의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때문에 생각나요.
이 포스팅 보니 어제 새벽에 비 쏟아질 때 음악좀 들을 걸 그랬네요 ㅎㅎ
음악들으면 잠 안올까봐서 안들었는데!
엑스 노래 좋아하시는 분 많네요 하긴 제목이 완전.. ㅎㅎ
2009/08/12 23:24마룬 파이브는 This Love 처음 나왔을때부터 친구들에게
전도하고 다녔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젠 제가 별로 안좋아 한다죠~
참 새벽에 음악 좀 듣다가 정말로 늦게 잠들었습니다 ㅠㅠ
비가 그치고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네요...
2009/08/12 17:17왜 어젯밤에 이 포스트를 못 봤을까요..
잘 모셔뒀다가 다음에 비가 오면 들어야지~
(그런데 B.J. Thomas의 모습은 목소리랑 정말.. 다르군요
당분간은 비 안올거 같아요
2009/08/12 23:25장마도 다 지나갔고 태풍이나 종종 오려나.. ㅎㅎ
암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들어주세요~~
우와, 비노래 포스팅이다!!
2009/08/12 17:45안 그래도 어젯밤에 혼자 나가 (오랜만에.. 오랜만입니다!) 담배 한 대 피면서, 비오는 압구정과 비처럼 음악처럼을 시원하게 불렀던 기억이... ㅋㅋ (다행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들어와서 루시드폴 노래를 줄기차게 들었습니다. 역시 비와 추위는 사람의 감성을 풍부히...
저도 소개하신 가요들 다 좋아하는데, 어제는 정철의 '비가 와'도 불렀네요. 이 노래가 명곡은 아니지만, 사연이 담겨있어서요. 고등학교 때를 추억이 새록새록. 같은 제목의 LINK의 '비가 와'도 있구요. 그런데 이 노래는 썩...ㅋㅋ
제가 팝송은 별로 안 듣는데, 다음에 비가 오면 여기 영상 하나씩 꺼내서 봐야겠어요. (말짱한 날 들으면 무슨 재민교!)
완전 야외 노래방이네요 저희 동네는 그렇게 노래 부를 공간이 없어서.. ㅎㅎ
2009/08/12 23:27비가와 라는 노래제목은 익숙한데 멜로디가 전혀 생각이 안나네요 ㅜㅜ
근데 로냐프강님 사투리 쓰시는걸 보면 고향이 경상도쪽? ㅋㅋㅋ
뭐, 공간이라고 해봐야.. 집 앞이긴 했습니다. ㅋㅋ
2009/08/13 09:45아... 경상도 쪽이 맞긴 해요~ 그런데 저 사투리는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교"라는 책의 패러디라는..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오니 다른 지방 애들이랑 더 친해져서, 실제로는 별의 별 지방 사투리를 심심할 때마다 구사하고 다녀요 ㅋㅋ
전 아파트라 집앞에서 그러면 경비실로 끌려가요 ㅎㅎㅎ
2009/08/15 22:02아무래도 학교 다니다 보면 여러 사투리 쓰는 친구들 만나게 되죠
전 고향이 경상도 쪽이라 경상도 사투리는 바로 알아듣는다능.. ^^
안녕하세요! 저희는 블로거와 함께만드는신문 <BLOGSOUL>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님께서 작성하신 이 포스팅을 저희 기사로 게재하고싶어 허락을 받고자 이렇게 덧글을 남깁니다. submit@blogsoul.org 으로 동의하신다는 간단한 메일 보내주시면, 기사게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8/14 11:48http://blog.blogsoul.org
http://www.blogsoul.org
출처만 남기시면 글 가져가셔도 괜찮아요
2009/08/15 22:03그나저나 네이버 카페도 있었군요~
저도 하나 감히 추천요,
2009/08/25 12:58Radio head의 No Surprise...
비올때 차안에서 들었을때의 그 전율을 잊지 못합니다.